영화를 보는데 문득!

블루레이로 만나는 세기말 홍콩 영화와 서극의 불꽃 - [블루레이] 청사 : 풀슬립

베리알 2022. 8. 1. 10:31

 

 

 옛날 옛날... 친구집에 가면 적당한 비디오를 빌려다가 같이 보곤 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보다가 졸 뻔한 작품도 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봤던 작품도 있고... 그렇게 봤던 작품 중에 참 인상적으로 봤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청사였다.

 그로부터 십X년 정도가 지난 후에, 국내에 DVD가 출시되었었고,

다시 보면서 처음 보던 때와는 또다른 맛에 감탄을 했었고...

 이제 그 DVD 출시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시점에, 국내에 블루레이가 출시되었다.

 그렇게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나고 다시 본 이 작품은... 처음 보고, 나중에 DVD로

다시 보았을 때보다 더 좋았다.

 물론, VHS나 DVD와 비교불가인 블루레이의 퀄리티도 한몫 했겠지만... ^^

 아니, 사실 단순히 더 좋았다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더 넓고 깊게, 그리고 같은 맛도 달았던 맛이 쓰게 느껴지기도 하는 등...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그때도 내가 살아서 이 작품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십년, 이십년 후에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또 어떤 맛을 느낄 수 있을까나. ^^

 

 

청사(靑蛇 / Green Snake, 1993)

 

 

 

 

 

 

 

 

[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업체에 있습니다 ]

-[블루레이] 청사 : 풀슬립

 역시나(?) 노바미디어에서 출시가 되었다.

 정말 노바미디어 없었으면 아재로서 블루레이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노바미디어 사랑합니다! ^^

 

 

-아웃케이스 + 스카나보 타입의 킵케이스으로 된 전면.

 

 

-그리고 그 후면...

 

 

-아웃케이스 디자인도 작품에 어울리는 인상적인 디자인인데,

킵케이스 표지 디자인은 정말 오~할 정도로 잘 맞춰 넣은 것 같다. ^^

 

 

-내부 이미지와 디스크 프린팅... ^^

 

 

-블루레이가 발매된 김에,

찾아서 꺼내 본 국내판 DVD.

 

 

-당시 스펙트럼에서 출시하던 전형적인 홍콩 영화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DVD의 제작년월일이 2004년 6월... 세월... T T

 

 

-이번 블루레이의 아웃 박스 디자인을 연상케 하던,

과거 DVD의 킵케이스 디자인.

 

 

-이렇게 보니 설마... 당시 장만옥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걸 기회 삼아

DVD 출시가 되었었나...하는 생각도? ^^

 

 

-당시 스펙트럼 DVD들이 그렇듯이,

이런 유용한 속지도 제공되었던...

 

 

 

 

 

-이번 블루레이는 사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참에 확인하느라 DVD를 다시 보면서 느꼈는데, 2004년 출시 DVD치고는

DVD도 예상보다 잘 나온 편이긴 했는데... (당장 그보다 뒤의 한국 영화들의

DVD 퀄리티만 생각해도 하아...) 이십여년의 세월을 넘어 나온 블루레이는

실망시키지 않고, 비교 불가 수준의 차이를 보여준다.

 

-VHS에서는 뭐가 뭔지도 몰랐고... DVD로도 AV 적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인지

오류인지 헷갈리기까지 하던 정도로, 새삼 이 영화의 화면은 대단히 화려하고

변화무쌍하다.

 한 화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감을 보이는 등, 이 기묘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의도된 화려한 화면들은 DVD에서는 사실 제대로 다 담아내지 못 했는데...

 블루레이는 드디어 그런 그릇의 한계를 넘어서 제맛을 보여준다랄까.

 

-물론, DVD와 이십여년의 격차가 있으니 당연히 좋아야겠지만... ^^;;;

암튼 그 세월 차이를 허투루 만들지 않는 화질이다.

 새삼 당시 홍콩 영화의 빠와를 다시 느꼈다랄까... 그냥 촬영도 현상도

들쑥날쑥하던 게 아니었다. 그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세계가 이렇게 제대로

연출이 되었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인 화질은 예상 이상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한 화면 안에서조차 다양한 색감을 보여줄 정도로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화면이, DVD에서처럼 그릇의 한계에 의해 오류인가...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일 없이 선명하고 멋지게 펼쳐진다.

 새삼 그 시절에 이런 화면을 이렇게 연출했었다니... 과연 세기말 홍콩 영화!

 

-기본적인 해상력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뭐, 이건 DVD에서도 좋았던 편이라

어느 정도는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예상을 확실히 넘어선다.

 마치 소년으로 보이는 조문탁의 클로즈업 화면들은 충격적이고... (^^;;;)

 옷의 다양한 질감들은 물론, 백사와 청사의 복잡한 머리 꾸밈과 장식들도

검은 머리 위에서 검은 색임에도 선명하게 잘 드러난다.

 역설적으로, 아날로그 효과를 동원한 변신한 청사의 연출은 아동극을 연상케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그 진수가 드러나지만... 사실 그런 것조차 어떤 의미로는

반갑기도 하다. 당시에 그걸 어설픈 CG 처리했으면 지금 더 난감했을 테니... ^^

 그리고 정말 의외였던 게... 의외로 CG나 합성 효과 등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다!

 블루레이로 오면서 그런 부분의 단점이 더 도드라질 거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볼만한 효과들로 펼쳐진다.

 

-현실인듯 판타지인듯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색감으로 펼쳐지는 세계관,

선명한 블루레이의 화질에서도 의외로 어색함 없이 인상적인 특수효과,

삼십여년 전(헉! -.-;;;) 그 시절 배우들의 뽀송한 매력 등등...

 여태까지의 관람 환경에서는 알기 힘들었던 그런 속살들이,

이 블루레이에서는 유감없이 펼쳐진다.

 객관적으로 요즘 기준의 레퍼런스 블루레이다!...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93년의 홍콩 영화라는 걸 믿을 수 없게 해주는 예상 밖의 화질이었다.

 

-사운드는 다행히 광동어가 빠지거나 혹은 북경어에 스펙에서 눌리지 않고... (^^;;;)

 광동어 DTS-HD MA 5.1Ch과 북경어 DTS-HD MA 2.0Ch을 지원한다.

 이번에 비교해 본다고 DVD를 돌려보면서 다시 느꼈지만, DVD의 DTS 트랙은

예상 밖으로 힘이 있으면서도 오버스러운 부분이 많고, 특히 믹싱에서 좀

실패했다고 느껴질만큼 부조화스러운 부분들이 있는데... 이번 블루레이의

DTS-HD MA 5.1Ch 트랙은 그런 단점들을 개선하고 즐거운 감상을 가능케 한다.

 뭐 엄청난 서라운드 디자인을 갖춘 건 아니지만, 적당히 활용할 때 활용하고...

 기본적으로 오버나 부자연스러움 없이 화면 상황을 제대로 묘사해 준다.

 무엇보다, DVD에서는 BGM이나 노래 등이 좀 센 거 아닌가 싶었는데,

블루레이는 잘 조화되어 한층 더 즐겁게 감상이 가능하게 한다.

 화질, 음질 모두 이번 블루레이는 만족스럽다.

 

-자막은 기존 DVD의 자막과 대략적인 맥락에서는 같이 가지만,

세세하게 보면 많은 수정이 있긴 하다. 아, 그렇다고 무슨 하늘과 땅 차이

이런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면서 소소하게 차이가...

 그런데, 꼭 이번 블루레이의 번역이 좋기만 하진 않아서 아쉽긴 하다.

 실제로 대사가 어떤 뜻인지는 중국어맹인 내가 몰라도, DVD 쪽의 자막이

더 어울리지 않나...하는 부분들도 있긴 하니까. 

 뭐, 그래도 이번 블루레이는 극중 노래 장면 등에서 가사에 자막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DVD보다 우위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

 

-DVD와 비슷하게, 서플은 사실상 없는 수준인 점은 뭐 아쉽다면 아쉬운...

서플로 들어 있는 트레일러의 화질은 진정 VHS 소스란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 것도 재미있다.

 보통 홍콩 영화의 최신판 블루레이에서는 일부러(!) 그러는지 화질이 떨어지는

예고편을 넣는 게 상식이긴 한데... 그중에서도 아주 나쁜 화질 사례에 속한다. ^^;;;

 

-영화는 정말 좋았다.

 30여년 전에 봤을 때도 좋았지만, 20여년 전에 봤을 때는 더 좋았고...

 그리고 이번에 다시 볼 때는 그때의 경험들에 비할 수 없이 훨씬 더 좋았다.

 어리고 젊었던 시절과 지금의 나의 차이 때문이려나...

 새삼스럽지만, 정말로 세기말 홍콩 영화의 걸작이자, 촉산 등을 만들었던

서극의 어떤 정서의 완성이랄까...

 이번에 이 작품을 보면서는 몇가지 다른 작품들이 떠올랐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라 해도 유혹에 지고 언제든 타락할 수 있다는 점에선

한국영화 사바하가 떠오르기도 했고...

 아기가 태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해, 다시 아기가 태어나는 장면으로 끝나는

일종의 수미상관의 이야기로 동양적인 윤회 정서까지 드러나는 점에선,

김기덕 감독의 걸작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강하게 떠올랐다.

 어떤 동양적인 정서를 중국스러운 시선에서 세기말 홍콩 영화의 감성으로

펼쳐 보인 게 이 청사라면, 그런 정서를 한국스러운 시선에서 한국 영화의

감성으로 펼쳐 보인 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랄까...

 

-참 아이러니하다.

 궁극의 긍정적인 인간성을 보여준 것이 요괴이고...

 심지어 타락했다는 허선조차 긍정적인 인간성을 보여주는데...

 정작 부처가 깃들었다고 평을 받을 정도의 법해는 부정적인 인간성의

집대성을 보여주고...

 이런 게 인간사겠지만... ^^

 

-서극의 청사를 간만에 다시 보니, 다시금 정소동의 백사대전이 떠오른다.

 두 작품의 엔딩이 두 사람의 생각 차이를 보여주는 걸까.

 서극에 대한 정소동의 호승심의 표현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