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내 기억의 심연 속에는 얼마나 많은 빙봉들이 있을까 -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베리알 2015. 8. 10. 07:00

 

 

[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

 

 

 우선... 이 작품은 사실 스포일러라는 게 필요없을 정도로 모든 게 그냥 흘러가는 작품이다.

 어린아이라면 모를까, 인생 좀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앞으로의 전개가 모두 훤히 보이는 작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스포일러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작품이다.

(근래 화제, 호평의 애니메이션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어떤 화려함이나 드라마틱 이런 게

매우 부족한 점도 여기에 한몫한다. 단, 그렇다고 이 작품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이 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더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살아나기 때문...)

 그러니, 스포일러를 배제하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될 수 있는한 최저한의 정보

할수만 있다면 정보 제로에서 작품을 보는 게 최선이라고 미리 얘기하고 싶다. ^^

 

 

 

 

 

 

 

 

 2D 전성시대를 지나 3D 애니의 시대로 오면서... 애니메이션 하면 픽사라는 시대가 있었는데,

디즈니에게 먹힌(...) 후로, 소위 말하는 디즈니의 픽사화, 픽사의 디즈니화...라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만큼 디즈니에서 기존의 자신들의 장점에다가 픽사의 감성까지 더한 매력적인 작품들을

내놓고 상대적으로 거기에 가려 보이던 픽사인데... 그런 픽사에서 엑스칼리버를 갈아 나온 듯한 작품,

그것이 바로 이 인사이드 아웃이다! + +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은 이미 이야기 소재 자체부터도 그렇지만 진행 과정이나 분위기 등등...

모든 면에서 화려함도 없고 스펙터클도 없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감성의 잔잔한 이야기뿐. 하지만,

그 잔잔한 이야기를 감성을 자극하며 풀어나가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감성의 블럭버스터랄까?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보통 어처구니 없거나 황당한 문구와 사족으로 가득하기 마련인 국내 포스터인데...

놀랍도록 깔끔한 것은 물론이고, 문구조차 젖절하다. 이것이 디즈니의 힘인가???

 재미있는건,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통한 건지 아니면 디즈니와 픽사의 관리가 있던 건지,

세세한 차이는 있어도 해외 포스터 중에 이 이미지를 베이스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

 

 

-예술의 나라다운, 프랑스판 포스터? ^^

 

 

-이야기는 어쩌면 황당할 정도로 소박할지 모르고, 어쩌면 우주급 스케일일지도 모르게 시작을 한다.

 사람의 머릿 속에는 이런 여러 감정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그 각자의 감정에 충실하게 그때 그때

조종하는대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좌우되는 것...

 

-더 나아가, 뒤에 보이는 구슬들처럼, 그 과정에서 인간의 기억이 구슬로 저장이 되고

이 기억들은 그 중요도에 따라 더 소중하게 다뤄지기도 하고 또 그냥 기억 창고로 가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머릿속도 가까운 것은 아니다. ^^

 

-세상에 태어나 사랑받는 딸로 자란 라일리는, 아빠의 사업 때문에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낯선 도시로

전학오게 된다. 정들었던 집, 동네, 친구, 하키, 추억... 그 모든 것과 단절된 라일리의 감정들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마왕인 기쁨이

 

 

-디자인이나 성격이 모두 내 취향(?)이었던 까칠이... ^^

 

 

-사실,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버럭하고 싶을 때 버럭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T T

 

 

-비실해 보이지만, 어쩌면 생물체의 생존 진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소심이...

 

 

-그리고 그동안 쓸모없는 혹은 불가사의한 감정으로 여겨졌던 슬픔...

 이 작품은 이에 관해서 최근의 이론을 베이스로 해서 슬픔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다.

 

 

-사실... 이 인사이드 아웃은 개인들의 기억, 감성, 살아온 과정 등등... 여러 변수들에 의해

받아들이는 게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다. 재미없고 심드렁했다는 의견도 이해가 간다.

작품 자체가 어떤 화려함이나 스펙터클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감성의 영역에서 다뤄지는 이야기인지라

그런 감성에 어느 정도 동조할 수 없다면 지루하고 밋밋한 이야기일뿐.

 또한, 이 작품은... 뻔뻔할 정도로 지나치게 뻔하다(이건 어디까지나 과장 비유다! ^^;;;).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영화의 갈등이나 벌어지는 상황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온 사람들이라면 세세한 세부

설정은 다를 수 있어도 그 근본적인 핵심은 다들 겪어 보았을 그런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또한 이 작품은 상상한 것 이상의 깊숙한 재미를 줄 수도 있다. ^^

 

-위 장면만 해도... 처음 딱 보는 순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냥 블루레이처럼 보인다.

슬프지만, 그게 어른이다...

 

-나같은 경우는... 무정한 인간으로 소문이 난 나이지만, 그런 나의 안에도 태어나서 자라온 여러 기억들은

(이 막장 기억력 속에서도) 존재하고 있고, 또한 이야기의 진행 상황들은 나로서도 겪어봤을 것들인지라

참 심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나도 모르게 쿨쩍쿨쩍... 영화 내내 그러고 있으니 옆에 있던

초글링...아니, 초딩이 이상하게 쳐다볼 정도로. 하지만, 그 초딩들은 그러는 게 당연하다. 이 작품은

초딩 레벨에서는 그 재미의 극히 일부분밖에 알 수 없으니까. 초딩들도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마련된

몇몇 장치들을 제외하면... 사소해 보이는 부분들조차 어른들에게는 감성을 깊숙하게 자극하도록 만들어진,

아주 자연스러운 감성 자극제들로 가득한 작품이니까.

 

-작품 속에 나오는 것처럼, 기껏해야 단조로운 컨트롤러에 지금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소중한 기억 몇개,

확실하게 감정들이 구분이 되는 어린 시절의 조종실을 갖춘 어린이들로선... 이 작품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정도 마음대로 안 되듯이, 기억도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꺼내보는 장면이 아니라

조종실에서 원치 않았는데도 갑툭튀하는 모 기억... 아마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

 

 

-하나둘 하나둘 기억들이 쌓여가고 이윽고 그 정보량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이 처음의 감정이나 생각, 가치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소중한 기억이란 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리고... 빙봉! T T

 과연 나는 살아 오면서 얼마나 많은 빙봉들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 빙봉들은 지금 다 어디에 어떻게 있을까.

 나는 그 빙봉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몇번이고 얘기했지만, 이 작품은 모든 게 다 지나치게 뻔하다(하지만,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인간이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형태나 세부사항은 달라도 대충 다들 겪을만한 패턴인데... ^^).

 그래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캐릭터들을 보면 그냥 다 어떻게 될지 보인다.

 그렇기에 더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같다.

 

 

-이 작품의 감독이나 혹은 픽사 내부에 MBC무한도전의 팬이 있는 게 확실하다!

누가 봐도 예전 정형돈을 베이스로 만들었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는 이 슬픔이는... ^^;;;

 

 

-스펙터클도 화려함도 없고 어떤 유행이나 히어로도 없고 지나치게 뻔하지만...

그렇기에 순수하게 감성을 파고드는 어른들을 위한 또 하나의 동화.

 돌아온(?) 픽사를 환영한다. T T

 

 

 

 

 

 

 

 

 

 

 

 

*** 잡설 ***

-더빙 최고다.

 

-시작전 단편 애니메이션은... 개취겠지만, 근래 본 디즈니 픽사 작품에 딸린 단편 중에

가장 재미도 흥미도 없었다. 그런 사랑을 받아들이기에 난 너무 닳고 늙었다. (^^;;;)

 

-라일리의 엄마는 그동안 본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유부녀스럽게(!)

디자인된 듯 하다. 유부물 매니아라면 여러가지를 발견할 수 있을 듯... (^^;;;)

 

 

 

 

 

 

 

 

 

 

[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

< 영화>
장점 - 겉보기에 잔잔한만큼 감성에는 반비례로 대해일로 다가오는 작품 / 픽사의 부활!

단점 - 감성접촉작품인지라, 보는 사람의 감성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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