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이것은 조던 메크너만의 역사가 아닐지도 - 페르시아의 왕자 조던 메크너의 게임 개발일지 1985-1993

베리알 2014. 7. 23. 14:25



 이런 책이 나왔다는 걸 안 것은 좀 되었지만, 아무래도 기회가 안 되어서 보지 못 하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로 드디어 보게 되었는데... 크으. T T

 전설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조던 메크너가 페르시아의 왕자를 만들 때의 일기...가

기본이긴 한데, 이게 단순히 남의 일기를 보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 게 포인트가 아닐지.

 게임 개발일지 1985~1993...이란 숫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페르시아의 왕자가

개발되는 이야기와 조던 메크너의 개인 신상, 넋두리 이야기를 차치하고 본다면

여기서 펼쳐지는 시간의 흐름은 사실상 그 시절 컴퓨터를 만져보던 사람들이라면

적게든 많게든 겪어 본 흐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시절 컴퓨터와 게임의

시계가 눈앞에서 흘러가는 기분이다.

 조던 메크너의 페르시아의 왕자 개발일지 자체도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웠지만,

내게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가 그 이상으로 감동이었다. T T





< 이미지 출처 : www.kyobobook.co.kr >

-이 책은 페르시아의 왕자 개발자인 조던 메크너가,

자기 홈피에 페르시아의 왕자 개발 당시의 일지를 조금씩 올리던 것이 인기를 끌어,

결국 eBook과 종이책으로 발매가 되었고...

 그것을 국내 관계자들이 허가를 얻어 한국에 eBook으로 출간했다가,

다시금 종이책으로 발매하게 된 물건이다.


-어쩌면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게 시간의 모래 시리즈나

동명의 영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제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페르시아의 왕자는 옛날부터 컴퓨터를 만져오고 게임을 해왔던 사람들에게는,

가히 게임 역사의 한페이지를 차지하는 엄청난 게임이라고 해도 절대로 과언이 아니다.

 이미 카라테카(カラテカ / 空手家 / 가라테카)라는 게임으로 눈도장을 콕 찍었던

조던 메크너는, 다음 작품으로 게임 역사에 남을 놀라운 걸작을 내놓았는데...

그게 바로 페르시아의 왕자로, 그때까지의 게임 진행의 상식을 깨뜨린 참신한 아이디어는 물론,

그 시절의 하드웨어로 어떻게 구현했는지(이 책을 보면 나온다. ^^;;;) 경악스럽기까지 한

그래픽과 효과 등등... 지금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한다고 해도, 당시 이 게임이 나왔을 때의

세계적인(!) 반응은 묘사할 수 없을 지경이다. ^^


-암튼... 그 페르시아의 왕자를 개발하는 과정이 주된 줄기인데,

그러기 위해 카라테카라는 히트작을 낸 애송이 게임 개발자이자 영화 제작자가 되고픈

욕망에 몸부림치는 패기의 젊은이 조던 메크너, 그리고 이상적인 게임 업체가 아니라

어른들의 회사인 브로더번드가 조던 메크너와 페르시아의 왕자를 진행하는 어른들의 과정이

꽤나 흥미로게 펼쳐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조던 메크너의 시점이란 건 감안해야겠지만... ^^


-어린 나이였던 지라 지금 표현으로 하자면 (다소) 중2병에 걸린 듯한 조던 메크너의 모습들이나,

결과적으로 전세계적인 대히트작이 되었지만 초기 반응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관계자들, 수십년 전인데도 역시나 미국은 달랐구나 싶은 게임 개발의 과정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도 역시나구나...싶은 부분들 등등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핵심이랄 수 있는 페르시아의 왕자 개발은 무슨 대백과처럼 보기 좋게 척척 과정이

소개되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조던 메크너의 일기들을 모은 형식이라는 점을 고려하긴

해야겠지만 사실 그걸 고려하지 안항도 좋을 만큼 재미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정말 뭉클할 정도의 공감을 느꼈던 것은 바로 그 시절의,

그때 세상의 흐름 그 자체인데... 애플의 한계, 애플의 상위 기종, IBM-PC의 태동,

당시 존재하던 코모도어나 아미가 이야기, 다른 게임기들로의 이식, 그리고 마침내

486 컴퓨터의 등장 등등...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정말 짜릿하기까지한

추억을 맛보게 해준다.

 개발을 하거나 이식을 진행하면서 기종들에 따른 장점과 한계 등에 투덜대는 것도 재미있고,

암튼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었던 그 시절을 당시 최전선에 있던 전문가의 이야기로 다시금

체험하게 될 줄이야. ^^


-암튼 간에... 이 책은 노인네들을 위한 책이다.

그때 그 시절에 어느 정도 걸치지 못한 탱탱한 젊은이들이라면...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어떤 의미에서는 외계어 소동일 수도...

(아마, 윈도우 환경이 당연한 사람들이라면, 당시에 사운드 카드에 번들로 게임을 지원한다거나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 도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보여주기 위한 이상적인 대백과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 개발자의 시각의 일지를 늘어놓은 식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현실적인 내용들이 눈길을 끈다.

 눈빛 초롱초롱한 이상주의자들이 모여 게임을 만들자!...가 아니라,

게임 개발 얘기에 일단 인세 등의 조건부터 생각하는 개발자에,

회사 사정에 따라 대우나 진행 방향이 달라지는 어른들의 사정,

게임 인세가 몇천 달러 들어오다가 만을 넘고 몇만으로 뛰면서의

그 반응이라던가... 여러모로 참 재미있다.


-새삼 참 미국의 힘을 느꼈기도 했다.

 태동부터 지금까지, 개발자들의 희생 위에 개살구를 세운 한국 게임 업계가 현실인,

그런 현실에서 살고 있는 이 나라 사람이 보기에... 수십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토대부터가

다르다고나 할까.

 알려져 있듯이 가혹한 근무 시간에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나고도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게 이 나라의 상식인데... 미국에선 개발 중의 과정에 대해 엎어지더라도 일한 돈이 지불되더라는...

세계적으로 악마의 자본주의, 미국식 자본주의를 퍼뜨리는 대악당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보다 역시 자본주의의 본가는 다르다랄까.


-시간의 모래 시리즈가 아닌, 클래식 페르시아의 왕자에 대한 추억,

그리고 8, 90년대에 컴퓨터와 게임에 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던 메크너가 뭐하는 사람인지 몰라도 아니 사실 페르시아의 왕자를 재미있게 즐긴 기억이

없더라도 이 책은 각별한 감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절 컴퓨터나 용어, 인명이나 업체 등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주석이

아주 쓸만하게 달려있긴 하지만, 아마 애초에 그런 것들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이라면

딱딱하고 형식적인 주석에 그칠지도... ^^;;;


-그나저나... 역시 될 놈은 다른 것 같다랄까.

 카라테카라는 히트작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의 왕자로 게임계 역사에 한페이지를 차지한 사람인데,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 사실은 게임보다 영화일을 하고 싶어 했고... 이런 게임들을 만든 것도

영화일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던가...하는 얘길 보고 있으면 뭐랄까

참 타고난 사람들이 새삼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랄까.

 게다가, 조던 메크너는 게임에서 이런 대히트작을 내놓은 후로도, 하고 싶은 영화일을 계속해서

그쪽으로도 인정받는 커리어를 쌓고 있는 중이라니... 그냥 웃음뿐. T T,













*** 잡설 ***

-공주의 디지타이즈 모델이 되었다는 티나...

그렇게 예뻤다는데 사진 좀 넣어주지 그랬어, 조던? (^^;;;)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이거였다.

 파리에 머물게 된 조던 메크너가 컴퓨터를 빌릴까 고민을 하는데... 그대로 옮겨 본다.

"여기선 IBM 컴퓨터를 빌리는 데 한 달에 800달러나 든다.

내 아파트 월세가 불과 650달러인데."









*** 새삼 참 내가 구시대의 노인네는 노인네구나...하고 새삼 느꼈다.

 이 책도 이미 웹에 연재되던 거고, 그게 eBook으로 나오기까지 했던 건데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렇게 실제 책으로 나오고서야 알게 되고 보게 되었고...

 음악 같은 것도 이미 상식이 된 음원으로는 듣지 않고 꼭 CD 같은 걸로 들어야 하고...

 하다 못 해, 사용하는 폰도 스마트폰도 아니고... ^^;;;

(하긴, 컴퓨터부터가 이미 슈퍼 골동품... -.-;;;)

 한때는 컴퓨터, 게임 등 최신의 것들을 추구하며 살았었던 것도 같은데...

언제부턴가 시대의 변화에 전혀 적응할 생각도 의지도 없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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