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하는데 문득!

이것도 사대주의일까? - 외래어 표기법 외

베리알 2014. 6. 24. 20:51



  이 문제(?)는 사실 예전부터 한번 적어 놓으려던 것이고...

문제가 보통이 아닌지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계속 지적을 하던 부분이라

어찌 보면 사실 새로울 게 없는... 그저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수많은 투정 중의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한글하고 아예 연관이 없지는 않은 얘기인지라,

그냥 잡히는대로 가져와 본 세종대왕 관련 책의 이미지... ^^


-이 얘길 이렇게 끄집어 내게 된 계기는 아래 글 덕분이다.

http://sega32x.blog.me/220029095127

  홍준호님이 블로그에서 가구야 공주라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시다가,

말미에 가구야 공주라는 한국식 표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셨는데...

 사실은 이게 단순히 외래어 하나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을

관통하는 본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이 표기에 대해서 언급을 하자면...

 한국어의 외래어 표기법 그중에서도 일본어의 표기 규칙 중에는 이런 게 있다.

 일본어 단어의 첫글자가 강한 발음일 경우 그걸 약한 발음으로 대체해서 표기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저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원래 카구야 히메인데, 앞글자가 카이기 때문에

그걸 가로 대체해서 가구야 히메라고 쓰라는 것이다.

 한국의 실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의 수도는 토쿄가 아니라 도쿄로 표기하고,

일본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는 도요타로 표기하고 있다.

 그럼 이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걸까?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는 일본에서 실제로 발음을 그렇게 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표기한다고도 한다. 내가 보기엔 그저 국립국어원의 그 악착같은 강한 발음 거부의

일환이 아닐까(짜장면!) 생각되기도 하지만...

 암튼, 실제로 그런 것도 사실이다. 같은 카나 토라고 해도 단어의 중간이나 끝에 오는 녀석과

단어의 앞에 오는 녀석의 발음은 실제로 차이가 있다(우린 그냥 편의상 카구야 히메나 가구야 히메라고

얘기 하지만, 일본인이 발음하는 카구야 히메는 한국인으로선 칼같이 카구야나 가구야로 나누기 어렵다).

 오오, 그러면 외국의 발음까지 상세하게 재현하는 훌륭한 외래어 표기법이 아닌가!?...는 개뿔!


-이 말은 무슨 말이고 하니... 일본에 카(か)구야 히메라는 공주님이 있고,

가(が)구야 히메라는 공주님이 있을 때,

한국에서 표기할 때는 둘을 같은 사람으로 쓰게 된다는 야그다.

 이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입장을 바꿔 놓고 보면 된다.

 국내의 유명 걸그룹 카라가 있다. 카라가 일본에 진출했는데 그곳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가정이다)

앞글자에 오는 강한 발음을 약하게 대체한다고 하면, 카라는 가라가 된다. 순식간에 유명 걸그룹 이름이

가짜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 이걸 일본에서 그곳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대극기라고 쓴다고 보자.

우리로서 이게 용납이 되겠나? 더불어, 일본에는 대극기라는 깃발이 이미 존재한다고 했을 때,

우리 태극기와 그곳의 대극기라는 깃발을 똑같이 표기한다면...?


-뭣보다 이 외래어 표기법은 실익이 전-혀 없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실제 존재하는 단어를 강제로 다르게 표기하기 때문에

다른 단어와 헷갈릴 위험성이 커진다. 가뜩이나 발음 가짓수가 적은 일본어인데,

거기서 또 저런 과정을 거쳐 놓으면 말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와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외래어 표기법은 원어의 발음을 될 수 있는한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노력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그런 표기법을 사용하다가 혼란을 줄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인 타카하시와 다카하시가 있을 때, 서로 다른 성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인

우리는 그걸 일부러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 이게 도대체 무슨 행패인가?


-한글의 우수성을 활용해, 외국어 발음을 현지 발음에 가깝게 재현하겠다는 노력 자체야

높이 평가할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덕분에 혼란을 겪어야 한다면 그걸 과연

긍정적인 노력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뭣보다 마음에 안 드는 건 그 목적이다. 외래어 표기나 발음을 오리지널을 재현하려고

노력한다는 자체는 칭찬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외래어 표기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뭔가?

누가 그 외래어 표기법을 사용하는가?

 정확한 오리지널 발음이고 뭐고 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외래어를 사용할

사람들은 이 나라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즉, 오리지널 발음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어쩌고 하는 건

일종의 수단에 불과할 뿐, 외래어 표기법이 존재하는 목적은 이 나라 국민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실은 목적이 되어야할 대한민국 국민의 사용 편의를 해쳐가면서까지 수단이 부각되고 있다.

 뭔가 목적과 수단의 중요성이 바뀐 것 같지 않은가.

 여기서 사대주의라는 단어가 연관되어 떠오른다면 오해일까?


-지금까지 단순히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얘길 했지만, 이건 모든 외국어에 해당된다.

예전에도 투덜댄 적이 있었던 중국 인물이나 지명 표기도 그렇다.

http://blog.daum.net/dominna/701

  주성치면 주성치지, 저우싱츠가 어디의 뭐하는 놈인지 내가 알게 뭐람.

 생각해 보라. 편의대로 정한 년도 이전의 인물들은 유비 관우 장비라는데,

어떤 년도 이후의 인물들은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발음으로 표기하라니, 말이 되나?

(위 게시물에서 보듯이, 그놈의 년도 이전의 인물이나 지명도 중국어 발음대로 적어대는

책들이 실제로 나오기도 했다)

 이게 도대체 누굴 위한 표기법인가?

 아닌 게 아니라, 당시에도 말이 많았는데... 당시에는 저런 말도 안 되는 외계어로 가득 찬

책들이 이제 줄줄 나오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중국어 발음은

점차 사라지고 예전처럼 그냥 한자 발음으로 표기하는 게 현실이다. 당시에도 너무 말같지도 않은

방식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거부반응이 예상 이상으로 강했나보다.

 오리지널 발음을 존중하자는 의도 자체는 분명히 훌륭하다. 하지만, 그걸 위해 우리가 말도 안 되는

불편을 겪으면서까지 해야 하나? 그 나라에서 외국 어딘가의 나라에서 자기네 인물을 그쪽 발음대로

해주든 말든 알게 뭔가. 하지만, 우리가 그놈의 오리지널 발음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불편을 겪어야

하는건 피할 수 없는 눈앞의 현실이다. 도대체 뭐가 중요한가?

(그렇다고 우리가 그렇게 막대한 불편을 감수한다고 해서 오리지널 발음에 가까워진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어만 해도 성조가 필수이지만 한국어에선 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외계 개념이고

표기한다는 건 더더욱 어불성설이니까)


-이런 외래어 표기들을 보면서 사대주의가 떠오르는 게 오버일까? 난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표기법을 만드는 데에는 여러가지 목적을 추구할 수 있고 또 오리지널 발음을 살리는 것도

궁극적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볼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표기법을

만드는 그 어떤 목적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그 표기법이 바로 이 나라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해야 한다는 거 아닐까. 우리가 일본을 위해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을 만들고, 중국을 위해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을 만들고 미국을 위해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을 만드나?

 뭣보다 중요한 건 바로 우리를 위해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을 만드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 현실은 우리의 편의나 상식과 동떨어진 이상한 외래어 표기법을 만들고

지키라고 하는 걸까. 참 깝깝스럽다.


-그렇다고 저런 노력들이 정말 정확한 발음을 재현하는 결과를 낳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엄청들 강조하고 있지만, 한글은 물론 강력한 장점도 있긴 하지만

반대로 한글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도 뚜렷하다.

 당장 외래어 표기만 해도 한글로 표기할 수단이 없거나 혹은 말도 안 되는 확장을 해야 하거나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럴 때를 위해서 각종 편의 방법이 존재한다. 어차피 수많은 외래어들을

다 오리지널 발음을 재현한다는 건 그저 허황된 꿈일 뿐인 것이다.

 오리지널 발음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 자체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건 우리에게

불편을 강요하면서까지 하라고 하면서, 어떤건 아예 포기하고 적당히 적당히 넘어가고... 이 간극의

적절한 경계를 납득할 수가 없다.


-뭐랄까... 그런 관점에서, 나같은 노인네가 보기에 요즘의 외국어 발음 아니 영어만 콕 집어서

그 발음들은 듣고 있기 참 짜증나도록 불편하다.

 한국식(?) 발음이 아닌, 정확한 영어 발음을 하려고 개나 소나 말이나 아주 용을 써대는데...

듣고 있으면 정말 어색하다. 노래를 예로 들면, 요즘 노래 가사에 이상한 영어 문장을 넣는 게

일상인 세상이 된지 오래인데, 뻔히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노래를 하다가 영어 가사 부분에서 갑자기

발음을 굴리고 오지게 억양을 넣어 가면서 힘 주는 게 들리니, 노래를 듣다가 체할 지경이다.

노래의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 정도로.

 뭐, 모든 영어 가사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암튼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위해 한국 가요를

부르면서 그 오지게 언발란스한 짓거리를 꼭 들으라니 참 오그라든다.


-그런데, 이게 딱히 영어 가사에 한정된 얘기도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보면, 한국에 온 영어권 외국인들보다 외국에 유학갔다 온 사람이나 이민자 2세 등이

훨씬 더 무자비한 영어를 구사한다. 뭔 말인고 하니, 진짜 영어권 외국인들은 어지간하면 한국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단어나 발음 등을 배려하는 게 느껴진다면, 유학갔다 온 사람들이나 이민자 2세 등은

그런 배려라고는 전혀 없이, 진짜 영어권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영어보다 더 굴리고 더 외계어스러운

발음을 자랑하듯이 쏟아낸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 들으라고 얘길 하면서, 정작 거기에 맞는 배려라고는

1g도 느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단순히 나란히 놓고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이런 현실을 겪으며 살다 보니

프랑스나 일본이 차라리 부러워진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최악의 장소라고 할 정도로 프랑스어 이외의 언어가 안 통한다는 프랑스.

예전에는 참 불편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다.

아니,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다른 나라에 가면서 그 나라의 언어나 생활, 상식 등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게 정상이지 다른 나라에 가서도 자기네 나라에서처럼 자빠지려고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닐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가는 게 아니라면, 무슨 졸부짓을 하려고 가나?

 일본도 제한된 발음 덕분에 영어 등의 외국어 표기나 발음이 아스트랄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것조차 정말 부럽다. 예나 지금이나 외래어 표기나 발음은 한결같이

일본식으로 되어 있고 또 그렇게 사용한다. 일본에서 일본인들 사용하라고, 일본인들 들으라고

하는 건데 나름 당연하지 않나?


-그런 강대국하고 레베루가 다른 한국이니 그들과는 다른 게 당연한 것도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가 아니라 이 나라의 한국어, 한글 사용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이 나라의

영혼이라는 게 있기는 한건지... 그런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아직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애기들이

영어는 좔좔 해대는 현실을 보면...

솔직히 이런 나라에 진짜 앞날 같은 건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부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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