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DVD에 실린 한국어 더빙의 안타까움 - 슬레이어즈 넥스트, 슬레이어즈 트라이 [DVD]

베리알 2014. 2. 18. 20:51



  한국어 더빙이란 건 사실 호불호의 영역 이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극장에 가 외화를 보는데 따로 설명이 없어도 영어나 중국어 등의 원어 자막이 아닌,

한글로 번역된 자막이 나온다는 게 당연한 것처럼, 사실은 더빙으로 볼까 자막으로 볼까...라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지극히 상식적인 일인데, 안타깝게도 기업킹왕짱의 한국에선

거기다가 어설픈 매니아들이 많기도 한 한국의 현실에선 그런 당연한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뭐, 그렇게 더빙의 보편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나이지만... 국내에 발매된 블루레이나 DVD에

한국어 더빙이 실린 경우, 무조건 우와~하는 것은 아니다. 더빙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이고,

그 결과물인 더빙 자체의 품질이나 호불호에 대한 것은 분명히 다른 얘기니까. ^^;;;


 그런 점에서... 국내에 발매된 슬레이어즈 DVD들의 한국어 더빙은,

그 존재만으로도 좋고, 기쁘고, 감사하고, 즐기고는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아쉬움이 많다.

이유는 뭐... SBS판 더빙이 아니라, 투니버스판 더빙이 들어갔기 때문!





( 이미지 출처 : www.techonodvd.co.kr )

-슬레이어즈 애니메이션은 팬들에게서조차 외면받는 경우가 많은 에볼...시리즈는 논외로 하고,

TV판의 경우 슬레이어즈 (1기) - 슬레이어즈 넥스트 (2기) - 슬레이어즈 트라이 (3기)...로 되어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국내에는 1기는 출시되지 않았고, 예전에 DVD애니에서 2기인 넥스트가,

그리고 씨넥서스에서 3기인 트라이가 출시되었다.


-위 이미지는 처음에 나온 넥스트 박스의 한 면이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나중에 이런 할인판이 나왔나 보다. 난 이 녀석은 직접 본 적은 없다. ^^;;;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그리고 씨넥서스에서 나온 트라이.


-넥스트의 나중 판본은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넥스트와 트라이는 그 시절 국내에 나온

애니메이션 DVD가 그렇듯이 원어인 일어 더빙 외에 한국어 더빙을 갖추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영어 더빙까지 넣어져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구조가 비슷한 한국어와 일어와, 그런 언어들과 대치점에 있는 머나먼 언어인

영어로 들으면 뭔가 참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나름대로 꽤 재미있기도 하다. ^^

(그래서 나중에 리마스터링판 DVD를 사고도, 초기에 나왔던 자이언트로보 DVD를 여전히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넥스트는 저렇게 할인 물량까지 나와서 구입에 별 에로사항이 없으니 그냥 그렇지만,

트라이는 경우가 좀 다르다. 씨넥서스에서 나온 애니메이션들의 경우, 나중에 가서 구하기가

참 어려운 물건들로... 이 슬레이어즈 트라이 역시 DVD 시장 초반에 할인 행사로 나오고는

공식적으로 절판이고, 그 전에 물량도 넉넉하던 녀석도 아닌지라... 중고 매물은 찾아 보기 어렵고

가격 역시 다른 중고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튼튼하다.













-부수적인 이야기는 뭐 그 정도면... ^^;;;


-본편인 더빙으로 넘어가서, 이 넥스트와 트라이는 모두 투니버스판 더빙을 넣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래서 참 안타깝다.

 슬레이어즈 더빙 하면, SBS판과 투니버스판 두가지를 보통 떠올리는데 둘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배역이나 연기에 대한 호불호의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이런 건 뭐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가 아니라면, 다분히 취향의 영역이니까.

 문제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데 있다.

 개인의 취향의 영역이랄 수 있는 부분을 차치하고 본다면,

투니버스판 더빙은 문제점이 많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투니버스판 더빙은 일단 캐릭터 이름이나 고유 명사가 마구잡이로 바뀌어 있다.

일단 뭐 정의의 슬레이브나 정의의 심판으로 대표되는, 왜 그런 이름이 붙어야 하는지로 모르겠고,

그 자체로 유치찬란 오글거리는 명칭 바꾸기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이상한(?) 이름들로 까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문제는 번역도 그렇게 이상하다는 거...

 일단 고유 명사가 저렇게 엉터리 수준이니 내용 역시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겠지만

(현대물도 아니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에서 그 세계관 자체를 형성하는 요소들을

멋대로 뜯어 고쳐 놓으면 당연히 그 영향은... -.-;;;), 고유 명사가 아니더라도 투니버스판 더빙은

번역이 참 떨어진다. 게다가, 비교 대상이 되는 SBS판 더빙의 번역은 놀라운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에

체감 차이는 더욱 어마어마해진다.


-SBS판 더빙의 경우, 번역이 정말 레전드라고 할 수 있다. 당시 SBS의 관계자 중에 슬레이어즈 팬이

있었다는 풍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그게 한국어

번역으로 제대로 살려져 있는데... 그 수준이 정말 놀랍다. 게다가, 이런 매력적인 대본을

수준급의 성우들이 엄청나게 정확한 캐스팅으로 호연을 펼치니... 두말하면 입이 아플 뿐.

(개인적으로, 다분히 개취의 영역을 넘어... 오리지널 배역을 능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투니버스판 더빙은 그와 참 대조적이다. 일단 뭐 주요 고유 명사들이 모조리 성형 수술이 되어서,

그것만으로도 마음에 안 드는데, 통상의 번역 수준은 사실상 처참한 수준이다. 왜 그렇게 바꿨는지

모를 대사들이 일상다반사... 성형 수술된 고유 명사들과 힘을 합치면 가히 놀라운 마이너스 시너지를

보여준다.


-왜 그 좋은 레전드 더빙을 놔두고, 굳이 문제가 많은 더빙을 DVD에 담았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DVD로 감상을 하면 할수록 참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서... 넥스트와 트라이는 그래도 국내에 DVD가 발매가 되었지만,

결국 나중에까지도 지금까지도 1기가 발매되지 못한 건 이 작품을 생각할 때마다

두번 세번 좌절하게 만드는 한스러운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