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일본어 더빙으로 더 재미있게 본 듯한 007 -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블루레이]

베리알 2013. 11. 9. 11:14


[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 [블루레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외국에 비해서 좋은 점도 있겠고 부러운 점도 있겠지만...

 영화 감상 등의 취미를 갖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자국어 더빙은 눈물나도록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이 분야(?)에 있어서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일본이란 나라가 바로 옆에 붙어 있고,

한국이란 나라의 시대주의인지 자국어 경시 풍조인지 하는 현실까지 덧붙여 보면,

체감적인 안타까움은 가히 절망 수준...


 당연한 권리인 자국어 더빙을, 그 권리를 누려야 하는 감상자들이 알아서 거부하고 배척하는 현실은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를 자동으로 튀어 나오게 만드는데... 실속이라고는 없는 어설픈 자살행위랄까.

 자국어 더빙의 존재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일단 지금처럼 질 낮은 번역이 상식인 상황을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영화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텍스트로 번역만 하는 것보단, 번역된 내용으로

직접 더빙을 하는 과정까지 들어 가는 게 몇번의 검증 과정이 되니까. 또한, 같은 대사를 놓고도 자막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와 더빙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는 지향점이 다르니...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면 단순한 기계번역이나 뭔 소리인지 모를 막장 번역을 넘어, 보다 더 듣고 보는 사람들을

위한 번역으로 갈 수 있을텐데... 현실은. -.-;;;

 그렇다고, 국민들 중에서 허접한 번역 없어도 잘 알아 들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닐테고,

 쓰잘데기 없는 영어 관련한 버리는 돈들만 제대로 활용해도 현실 개선이 가능할텐데 췟.


 어쩌면, 이런 투덜거림 자체가 구세대 노인네의 깽깽이일 지도 모르겠다.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안다는 요즘 애들을 보면... 그리고 고위 관료나

소위 사회 기생층 지도층들을 보면, 검은 머리 외국인들에 의한 귀족 사회와

그 밑에서 노예 노릇을 하는 검은 머리 한국인들로 이루어지는 철저한 계급 사회가

지금 이 나라가 향해가는 방향이 아닌가 싶으니. --+





 암튼, 막장 빈곤의 한국 현실과 달리, 외국에선 더빙이 비교적 상식의 범주에 있고...

특히나, 그 질과 양에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일본이란 나라가 바로 옆에 있다 보니,

그 부러운 세계를 체험한 기회가 많은 편이다.

 DVD 시절이야 디스크 제작이 좀 더 쉬워서 대충 이 나라 저 나라 판본이 많이 나뉘어져 나왔고,

또한 역수입을 우려해서인지 일본은 주변국들과 잘 안 묶이고 그랬는데... 블루레이 시절로 오면서

체감 현실은 좀 달라졌다.

 지역 코드 자체가 팍 줄어 들고, 공용 판본이란 것으로 묶다 보니... (그리고 2차 판권에 있어서

한국 시장이란 게 갈수록 별 의미 없이 구색화되어서?) 일본판 디스크를 만들면서 한글 자막을

부록으로 넣는가 싶은 분위기도 자주 느낄 수 있고... 뭐, 해외판 구입이 활발한 한국을 배려(!)해서인지,

공용 판본을 만들 때 한글 자막은 해외 구매가 까다로운 나라들의 판본을 만들 때 넣는 경우들도

있기는 하지만, 암튼 일본판과 같은 디스크로 한국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졌다.

 그러다 보니... DVD 시절에 비해서, 영화를 일본어 더빙과 감상으로 볼 기회가 많아졌다랄까.

 그래서 이미 본 영화를 (한국어 더빙이 아니라... T T) 일본어 더빙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참... 부럽고 대단하고 암튼 여러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007 스카이폴을 일본어 더빙으로 정주행해 봤는데,

원래 더빙 수준이 대단한 일본이긴 하지만 이 녀석은 특별히 더 신경을 쓴 느낌이다.





( 이미지 출처 : www.kyobobook.co.kr )

 

-국내에 발매된 007 스카이폴 블루레이는 일본 공용 판본으로,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해놓고 디스크를 돌리면, 일본에 맞게 설정된

환경으로 즐길 수 있다.


-매번 얘기 하지만... 일본에서 나오는 디스크에 들어가는 정성은 정말 대단하다.

 이 작품만 해도, 자막이 나오지 않는 오프닝 스카이폴 장면에서도 일본어 자막은 달려 있고...

다른 영화들의 경우에도, (원어 자막조차 없는) 노래 장면에서 일본판에서만 일본어 자막이 들려 있다던가,

(영어로 얘기하기 때문에 영어 자막은 없고 그렇다고) 다른 자막도 지원하지 않는 서플에서 유독

일본어 자막만은 들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내에 나온 007 시리즈의 블루레이는 아마 대부분 일본 공용 판본일텐데,

최근의 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는 아쉽게도 소니픽쳐스에서 나온 카지노 로얄과

그리고 퀀텀 오브 솔러스의 초기 발매판(서플 자막 미지원판)은 일본 판본이 아니지만,

나중에 나온 퀀텀 오브 솔러스 서플 자막 지원판과 이 스카이폴은 모두 일본 공용 판본으로...

그래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카지노 로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어 더빙으로 즐길 수 있다.


-퀀텀 오브 솔러스(이하 QOS)와 스카이폴은 영화 분위기도 전혀 다른 것처럼,

더빙도 다른 배우들로 꾸려져 있는데... 영화 자체가 다른 만큼, 더빙의 차이도 작품을 즐기는

즐거움을 준다.


-본드만 해도, 야수 본드가 활약하는 QOS의 성우가 야성의 느낌이 나는 성우와 연기를 보여줬다면,

예전의 본드로 회귀한 본드가 활약하는 스카이폴의 성우는 거기에 걸맞게 절제되고 차분한 느낌의 성우와

연기를 보여준다(왜인지 건조하고 낮은 느낌의 한국 멀더 성우 느낌? ^^).


-다른 캐릭터들도 훌륭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실바가 인상적이었는데... 어차피 다 외계어들이지만,

영어보다 일어가 내게 더 친숙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오리지널보다 더 실바의 심정에 몰입할 수 있는

성우분의 연기는 감탄이 절로... ^^

 본드와 만났을 때, 그리고 M과의 대면에서 M 앞에서 본심을 늘어놓으면서의 감정 변화 등등...

실바보다 더 실바스러운 그 연기는 참 좋았다.


-아무래도... 말의 어순부터가 이미 한국어와 영어는 안드로메다 차이지만,

서로 같은 어순을 사용하는 한국어와 일본어는 받아 들여지는 느낌부터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AV적인 퀄리티를 차치하고 본다면... 일본어 더빙 쪽이 오히려 더 진짜 인물들의

연기를 보는 것처럼 몰입도가 좋았다.

 그만큼 캐스팅도 좋고 연기도 좋았다는 거겠지만. ^^


-다른 더빙 트랙들과 비교해 봐도, 일본어 더빙의 우위는 확연하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노력 자체가 다르고...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레베루가 다르다.

예를 들어, 인물들이 대화를 하는 장소에 따른 소음, 가청성, 에코 등등... 이런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쓰는 게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암튼 언어 자체의 거리고 거리이고... 더빙에 들이는 노력도 노력이고...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오리지널 더빙으로 볼 때보다 더 몰입도가 높은 경우들도 많고,

이 스카이폴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작품이라 그런지 일본어 더빙으로 보니 더 재미있는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까지 느껴졌다. ^^


-더빙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마무리에서도 드러난다.

 번역을 누가 했는지 모르게 꽁꽁 숨겨두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고, 더빙에 참가한 사람들도 누구인지

주요 몇명만 표시하는 등 제대로 다 밝히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느껴지는 한국과 달리...

 대체로(내가 100%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 이렇게 대체로...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어 더빙의 경우,

원어를 자막으로 번역한 사람은 누구이고, 더빙용으로 번역한 게 누구인지 별도로 다 표기하는 데다가,

더빙에 참여한 사람들도 주요 배역 외에도 표시를 해 주는 등... 참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에서도 한국어 더빙이 당연히 일상적인,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지만...

아마가 아니라,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다. -.-;;;









-역시 봐도 봐도 개인적으로 스카이폴은 아쉬운 작품인 것 같다.

카지노 로얄-QOS로 만들어낸 새로운 본드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사실상 리붓해서,

옛날 본드로 회귀라니. T T

 하지만 뭐... 생각해 보면 세상이 좋아하는 제임스 본드라는 건 그런(?) 본드라는 점이나,

내 본드 취향이 특이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한 것 같다. 옛날 007 영화들은 나름대로들 다들

재미있어 하고, 007로서 다들 매력과 개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중에서 이질적인 007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이질적인 007 작품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살인면허와 거기서 나온 티모시 달튼의 007이었으니. ^^;;;

 (국내에 발매된 007 살인면허 블루레이는 역시나 일본 공용 판본으로... 일본어 더빙으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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