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악동 박찬욱이 만드는 히어로 영화를 보고 싶다 - 스토커 (Stoker, 2012) [블루레이]

베리알 2013. 8. 2. 10:16



[ 스토커 (Stoker, 2012) ] [블루레이]



  박찬욱에 대해서 이런 저런 미사여구가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으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박찬욱의 이미지는 좀 가식적이고 절제(자제!)된 그런 대중을 위해 조정된 박찬욱이고... 그 본질은

악취미의 악동이 아닐까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작품들은 소위 말하는

그의 대표작들이 아니라, 그가 각본에 참여한 다른 감독들의 작품에서 더 엿볼 수 있지 않나 싶은,

그런 생각도 드는데... ^^


 암튼, 그런 박찬욱의 헐리웃 진출작인 스토커가 작년에 개봉을 했었고... 사정상 당시 보지 못 하고,

블루레이로 발매된 후에야 볼 수 있었다. 박찬욱의 악취미는 여기저기서 드러나지만, 역시나

좀 가식의 틀로 다듬고 자제한 그런 느낌... 어쨌거나, 좋다!

 보통 그럴싸한 감독들조차 헐리웃에 가서는 자신들의 개성이 한껏 거세된 이도 저도 아닌 작품들을

내놓는 경우가 허다허다한 현실에서... 헐리웃 진출 첫작품에 이렇게나 박찬욱스러운 영화를 내놓다니,

영화를 보고 있는 한 관객으로서도 뭔가 뿌듯한 느낌마저... ^^;;;


  어차피 너무 유명한(?) 영화이고, 그닥 주저리 주저리할 영화도 아닌데다가,

블루레이 감상을 제대로 할 여건도 아닌지라, 블루레이도 달랑 본편만 보고 짧게 소감을 남겨 본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이것이 국내에 발매된 블루레이... 그동안 왜인지 박찬욱하면 CJ여서 이번에도 당연히 CJ인가 했지만,

20세기폭스에서 발매되었다.


-초회판에 한해, 저런 아웃케이스와 북클릿이 제공된다고 한다.

 이렇게 초판에 한해 제공되는 아웃케이스나 북클릿이 그닥 의미 없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이 스토커는 양쪽 모두 상당한 매력이 있다. 북클릿은 적지 않은 두께로 예상보다 많은 텍스트를

다양한 사진들과 함께 배치해 읽는 재미가 있으며, 특히나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봐야 한다는 박찬욱의

멘트는 블루레이를 즐기는 사람으로서도 그리고 이 작품을 블루레이로 본 사람으로서도 찰지게 공감... ^^

 아웃케이스는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볼수록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여러모로, 초판의 매력이 생생한 블루레이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킵케이스 표지 디자인도 좋지만, 아웃케이스에선 저런 독특한 미술적 매력이 한층 더 뚜렷해서 좋다.

 이런 매력은 블루레이의 메뉴 화면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극대화된다. 정말 마음에 드는 메뉴 화면.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은 사정도 사정이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 뻔해 보여서였다.

 이렇다할 정보를 파고 들지 않아도... 그냥 셋이 나란히 서 있던 포스터만 봐도 대충 그림이 나오고,

영화의 발단 소개만 봐도 대충 큰 틀이 보이는지라... 왜인지 열의가 일지 않아 그냥 볼 수 없는 사정에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고 넘어 갔는데... 역시나(?) 오산!

 너무나 뻔한 이 소재를 악취미로 그리고 그걸 미적인 매력으로 포장해서 전개해나가는 게 캬아~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그 스토커가 그 스토커가 아님에도... 일단 그 스토커가 연상되는 제목인데, 실제로도 그런 느낌이다.

원래도 좀 스토커적인 시점에서의 화면을 즐기는(!) 박찬욱인데, 이 영화는 대놓고 시종일관 스토커 포스가

충만한 화면들로 묘한 긴장감과 묘한 즐거움(!?)을 준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블루레이 화질은 20세기폭스에서 발매되었음에도, 의외로 한국에서 나오는 한국 영화 블루레이와 비슷.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위 장면과 같은 일부 장면에서 화질이 좀 달라지긴 해도 뭐 그 정도야...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단순히 염색한 오지맨디아스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이상!

 그냥 이런(?)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는 이 하나의 캐릭터를 놓고 그걸 어린이에서부터 이런 어른까지

그 모두를 이질감없이 표현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캐릭터인데...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중에 정보 찾아보다가, 보기보다 어린 배우라 한번 더 놀랐다. 이제 겨우(?) 78년생이라니...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 속에서 기죽지 않고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는 미아 바시코브스카.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오지맨디아스 아니, 매튜 구드의 이질감 없는 폭넓은 캐릭터 소화에 놀랐다지만,

이 꼬꼬마 아가씨도 거기에 기죽지 않는다. 과연 박찬욱이 선택한 주인공답다고나 할까. ^^


-그나저나... 이 노골적인 표현들도 그렇고, 박찬욱의 악취미에 참 잘도 따라와 준 듯...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런 식으로 연기 지도가 이뤄졌나 보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참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아까운, 그러나 블루레이로 보면서 정말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아쉬움이라면, 너무 뻔하고 뻔하다는 것 정도? 좀 더 꼬고 좀 더 근친상간이나 출생의 비밀,

훨씬 더 위험천만한 요소들을 삽입했었다면... 헐리웃 영화로는 나오기도 힘들었을려나? ^^;;;)


-개인적으로... 박찬욱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상은, 미완의 수퍼히어로물이랄까

혹은 괴팍한 수퍼히어로물, 아니면 뒤틀리고 주저앉는 수퍼히어로물이랄까.

 조금씩 다르긴 해도... 왜인지 그의 영화에서는 악취미스러운 수퍼히어로물의 느낌이 난다.

 의도하지 않은 내외적인 문제들로 인해 갈등하고 위기에 빠진 인물이 그 상황을 기회 삼아

저항하고 새롭게 태어나며 일종의 히어로 비슷한 단계로 나아가지만...

결국은 그 내외의 문제들로 인해 무너지고 좌절하거나 하는...

 공동경비구역JSA도, 복수는 나의 것도, 올드보이도, 친절한 금자씨, 박쥐 다들 그렇다.

 이 스토커는 그 영화들과 달리, 가히 빌란 비긴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마무리가 되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친절한 금자씨도 그렇고 박찬욱은 여주인공에게는 상당히 관대한 듯...

(엄청난 페미니스트? ^^)

 암튼, 대놓고 빌란 비긴즈인 이 영화... 여러모로 히어로 탄생기라도 좋은데,

그렇다면 박찬욱이 그렇게 히어로 느낌을 내는 선을 벗어나, (혹은 히어로 느낌에다가 포장해 놓은

다른 요소들을 벗겨내고) 아예 진짜 히어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그동안의 영화들도 히어로적인 느낌이 많긴 했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수퍼파워를 가진

히어로를 가지고 박찬욱이 만드는 히어로! 19금박찬욱의 악취미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 모르는) 자제를 더해 진짜 수퍼히어로 장르 영화를 만든다면... 과연 어떨까? ^^

















[ Blu-Ray ]

-한국판

-사운드 : 영어 5.1ch DTS-HD MA

 사운드의 파워를 대놓고 실감할 만한, 블럭버스터 액션이나 SF나 판타지 영화도 아닌지라...

사운드에 있어서 큰 기대를 안할 법도 하지만, 이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그런 편견(?)을 강렬하게 비웃는다.

 사실, 이렇게 대충이라도 감상을 남기는 이유는 전적으로 사운드 때문이다. (영화야 워낙에 널리

알려져 있으니 나같은 양민이 이제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길 할 필요도 없을테니...^^)

 의도된 거겠지만, 분명히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그게 속삭임으로 들리는 부분에서부터,

별다른 장면도 아닌데 액션 영화의 한장면스럽게 강렬한 효과음이나 음악까지, 의외로 이렇게 강약 차이가

넓은 사운드는 영화의 분위기에 상당한 일조를 한다. 게다가, 이게 그냥 너는 작고 너는 크고... 이런 강약의

패턴이 아니라, 같은 장면에서조차 마치 강약강약 이런 단조로운 패턴이 아니라, 강중약중약약처럼(그냥

비유가 이렇다는 거지, 정말 김성모 패턴이 나온다는 건 아님! ^^;;;) 마치 영화의 소리 자체가 하나의

괴생명체처럼 느껴질 정도로 꿈틀대고 그르렁대고 포효하는 듯 한데...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런 영화를 그냥 스테레오로 보거나 별볼일 없는 환경에서 감상한다면 놀라운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운드로 유명한 블럭버스터보다, 오히려 더 사운드 환경에 신경 써서 감상해야할 블루레이다.

 블루레이에서 이런 사운드를 들으며 감탄을 하고 있다 보니... 새삼 극장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이 꽤

강하게 몰려올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면 영화 성격상 당연히 일반관에서 봤을텐데,

이런 매력적인 사운드는 일반관에선 당연히 제대로 즐길 수 없을테니 이렇게 블루레이로 감상하면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느끼게 되겠고... 그러면서 역시나 이수 5관에서 보지 못한 걸 후회할 것 같으니 말이다.

 이런 사운드 디자인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건 역시 이수 5관 정도가 아닐지. 정말로 이수 5관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 했던 게 손발이 오그라들도록 아쉬웠다(아, 그러고보니 이수 5관에서 상영한 적이

있었을라나? 했겠지? ^^;;;).

 어쨌거나... 영화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이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분명히 감상할 가치가 있다.

 영화의 매력을 살려주는 사운드라는 게 그저 블럭버스터의 쿵쾅쿵쾅이 다가 아니다. ^^

 영화 본편에서 사냥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파워풀한 전사 스타일이 아니라,

바로 그런 유능한 사냥꾼의 기질과 통하는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자막 : 한국어, 영어, 기타

 번역 자체를 떠나서, 이 영화의 자막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호기심이 있었다.

 외국 영화라고는 해도, 외국 감독이 아닌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이니... 이런 영화의 번역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정말 제대로된 번역일까? 번역 과정을 생각하면 감독 본인이 번역하거나 번역을 검수하는

게 제대로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외국어로 만들어진 작품이니 번역은 감독이 알 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자막을 보는 게 꽤 흥미진진했다.

 번역은 박지훈... 딱 박지훈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궁금하다. 과연 이런 영화의 진짜 자막은 어떻게 나와야 하는 것일까.

 박찬욱 본인은 이 자막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

-화질 : 근래 한국 영화 블루레이스러운 화질

 예전 막장의 시대를 벗어나, 근래 디지털 + 디지털 + 디지털...의 제작 과정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상햐평준화되면서 또한 어느 정도 몰개성화된 그런 한국 영화의, 그런 한국 영화의 블루레이.

VHS립핑의 해상도를 가졌다는 건 절대 아니고... ^^;;;

 분명히 HD 화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애초 촬영에서 비롯된 한계가 여실한 것도 사실인 듯.

-서플 : 미감상

-그외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그랬다. 한국 업체에서 나오는 한국 영화 블루레이들이

엽기저깅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챕터 구분이 적어서 검색에 짜증이 나게 하는 것과 달리, 폭스에서 나온

이 영화 블루레이는... 챕터 구분이 쾌적하게 많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나.

-일본공용판본 : (다른 이야기만 늘어 놓다가 깜빡 하고 넘어갔는데) 플레이어의

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구동하면, 원어 더빙 이외의 다른 언어 트랙이 다 사라지고, 일본어 더빙 트랙이

추가된다. 자막은 일어 자막 외에 일어 더빙용 자막이 추가된다.

 한국 감독이 감독한 작품인데... 한국어 더빙은 없고, 일본어 더빙은 있고, 뭔가 여러모로 씁쓸하다.

















[ 스토커 (Stoker, 2012) ]

< 영화 >
장점 - 헐리웃조차 어쩌지 못 하는 박찬욱스러움

단점 - 좀 더 꼬던가, 좀 더 대중들이 호응할 만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나.


< 블루레이 >

장점 - 준수한 퀄리티, 그리고 블루레이로 감상해야만 하는 사냥꾼 스타일의 사운드

단점 - 서플까지 다 감상한 게 아니라 현재로선 딱히 할 얘기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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