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어린 시절의 동화 아닌 동화, 그 애장판 - 은하철도 999 애장판 박스 세트 - 전10권

베리알 2021. 6. 14. 09:10

 

 

 

 아재들에게 추억의 애니메이션 아니, 만화 영화를 얘기하라면

가히 절대로 빠지지 않을 작품이 바로 은하철도999가 아닐까 생각한다.

 슬램덩크가 지금도 여전히 강백호와 서태웅으로 지칭되는 것처럼,

아재들에겐 여전히 철이와 메텔의 여행인 게 당연할 정도로... ^^

 

 그 원작이랄 수 있는 만화책은, 여러 해적판을 거치며 세기말 즈음에

국내에 대원에서 정발을 내놓았었는데... TV판 완결인 1부 완결, 그리고

이후 2부 내용을 이어가다가 중단되었다고...한다. 나는 여러 사정상 1부를

보다가 마무리를 못 했기 때문에 잘 모른다. ^^;;;

 

 암튼... 그래서 볼 수 없던 그 작품이, 최근 미우에서 마츠모토 레이지의

몇몇 작품들이 정발된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이었는지... 애장판이란 이름으로

1부 10권 완결로 발매가 되었다.

 천년여왕에서의 광고로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설마 10권을 한번에 다

발매해 버릴 줄은 몰랐다.

 10권의 낱개판이 각각들 발매된건 물론이고,

수납 박스에 담겨 10권 세트도 발매 되었다.

 

 

 

 

[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www.aladin.co.kr과 해당 업체에 있습니다 ]

-이렇게 한방에 발매가 되었다.

 물론, 그래서 개별로 봐도 절대적으로 싸지는 않은 금액인데,

박스판으로 한방에 다 구입하면 비용이... T T

 

 

-기존 1권-14권까지를 이렇게 10개의 책으로 재분류를 한 판본이다.

 

 

-일단 책도 박스도 좋다.

 책은 완전 딱딱하지는 않은 양장으로 보기에도 분위기 살고,

실제로 책을 보는 데에도 불편함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다.

 

-단, 이건 복불복이랄 수도 있겠는데... 양장으로 그것도 기존 책 권수를 줄여

10권이나 되는 책을 한번에 담는 박스다보니... 견뎌야 하는 무게가 엄청나다.

 그래서 나쁘지 않게 튼튼하게 만들어진 박스임에도 불구하고,

택배박스에 충격흡수용 비닐이 충분히 넣어져 왔음에도 저렇게 구석에

이미 찢어져 버린... 뭐 어쩔 수 없지. ^^;;;

 

-암튼 이번 박스셋 판본은 디자인 측면에서는 꽤 매력적이다.

 만화책의 애장판이라기보단, 옛날 고급진 세계 문학 문고판을 보는 기분...

 

 

-이건 기존 대원판...

 일부 집에 남아 있던 걸 찾아서 찍어 보았다.

 물론, 상태는 좋지 않다. ^^;;;

 

 

-이게 이번에 발매된 애장판...

 일러스트 자체가 보다 더 옛날의 날것 느낌 나는 것들이 사용되었고,

과거 저렇게 묘한 SF, 판타지 분위기를 주는 배경의 무늬 중첩 효과도 사용되었다.

 오른쪽에 보이듯, 기본적으로 권마다 저렇게 띠지가 들어 있다.

 

 

-과거 판본과 이번 판본의 후면 비교...

 미우라는 이름으로 나오긴 했는데,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다 대원인 모양이다.

 

-20여년만에 나오는 건데... 실질적으로 양장 등 가격이 서로

다른 판본이 당연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차이는 상당하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 만화책 한권에 16000원보다, 그때 만화책 한권에 3500원...

이게 더 체감상 난이도가 높았던 것 같기도... ^^

 

 

-기존 영스페셜판은 보다시피 통일성도 없는데...

 이번 애장판은 한방에 퉁치고 나온 판본이라 그점은 확실하다. ^^

 

 

-심지어 작가 소개도 다르다.

 1권은 저렇게 좌하의 버젼으로 되어 있고

9권은 저렇게 우하의 버젼으로 되어 있고...

 우상에 보이는 게, 이번 애장판 버젼이다.

 

 

-이번 애장판의 특징 중 하나라면, 저렇게 띠지에서도 강조하는 것처럼

연재 당시의 칼라 페이지를 재현했다는 것.

 근래 애장판들이 많이들 신경 쓰는 부분이다. ^^

 

 

-구판의 첫장...

 보는 것처럼, 세월과 생활의 압박에 저렇게 낱장이 많이 분리되어 있다. ^^;;;

 

-구판에선 이렇게 흑백이었던 페이지인데...

 

 

-애장판에선 컬러로 복원이 되어 있다.

 

-오른쪽 하단에 보이듯이, 언제부턴가 과거의 작품들이 발매될 때 붙이는

경고인지 의례인지가 추가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던 장면... 컬러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 ^^

 그리고 저렇게 신연재!-라는 멘트들까지 재현이... 좋다. ^^

 

 

-컬러는 연재 만화들이 흔히 그렇듯이,

꼭 완전한 컬러만 아니고 이렇게 적은 색의 컬러 사용도 있던 모양.

 근래 타이의 대모험처럼 이런 것도 살려져 있다.

 

-책에 따라서 한권에 컬러 페이지 파트가 한군데 이상 있는 곳도 있는가 하면,

어떤 책에는 복원할 컬러 페이지 파트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에 봤을 때보다, 확실히 지금 보니 느낌이 더 더 다르다.

 그때는 막연한 혹은 책 속에서 혹은 다른 미디어에 투영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 그 자체로 저런 얘기들을 짊어지고 있으니...

 

 

-컬러 복원 페이지들은 정말이지 완전 좋다!

 어설프게 최근의 유행이나 풍토에 맞춰 컬러를 복원하거나 혹은 흑백 만화를 컬러로

만들어 내놓는 것들은 정말 정말 싫어라 하는데...

 근래 타이의 대모험도 그렇고, 이렇게 딱 그 시절 정서의 컬러로 복원된 점이

정말 정말 좋다.

 

 

-그리고 어쩌면 외형적인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게 바로 번역...

 이번 애장판 번역은 완전히 달라졌다.

 

-위 사진은 구판의 번역이다. 주인공이 철이로 되어 있다.

 

-그런데, 왼쪽 하단컷에 보면 철이의 대사가 잘못 들어간 듯한,

오류인 듯한 컷이 보이는데...

 

-이번 애장판의 번역.

 위에서 언급한 오류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건 역자의 실수가 아니라, 설마 연재 당시부터의 마츠토로 레이지와 

편집부의 실수를 그대로 살려 놓은 것일까?

 

-암튼... 두 판본은 일단 방향부터 다르다.

 구판이 우리식으로 읽도록 만들어져 있다면,

애장판은 일본식 그대로 읽도록 만들어져 있다.

 

 

-원래 그림 자체가 스크린톤이 많거나 혹은 그라데이션 같은 게

많이 강조되는 그림체가 아니고... 꽤 간결한 (당시 기준이면 사실

간결한 게 아니라 나름 화려하게 그린 걸 수도... ^^) 그림체라

두 판본의 차이는 크지만 체감은 적을 수도 있다.

 

-구판이 저렇게 대체적으로 진하게 인쇄가 되어 있는 느낌이라면...

 

 

-애장판은 그에 비해 적당히 연하고 밝게 되어 있다.

 애장판이  효과가 추가되었다기보단, 구판이 진했었던 걸 조절한... ^^

 

-언급한 것처럼, 스크린 톤이나 그라데이션 효과가 많은 그림이 아니라

이런 차이를 확확 실감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철이의 이름이 원작의 테츠로가 된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두 판본의 번역은 엄청난 차이들이 있다.

 

-일단 이렇게 TV판이나 구판의 번역 경향은 이런데...

 

 

-신판은 단순히 주인공의 이름이 테츠로인 것으로 끝나지 않고,

캐릭터의 말투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TV판을 따른 듯한 구판의 번역은... TV판이 아마 TV 심의 등을 고려해

주인공 철이가 꼬맹이로서 메텔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존대말을 기본으로 쓰는데...

 애장판의 번역은 닥치고 반말을 쓰는 테츠로가 되어 있다.

 아마 원본 기준으로는 이런가 보다.

 

-생각해 보면, 테츠로의 나이나 생활 수준 등을 생각하면

이렇게 교양 없이 말하고 다니는 게 맞는 걸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추억 속 은하철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 인기 외화 전격 Z 작전의 국내 더빙은

바람둥이 말썽쟁이 마이클 나이트를, 키트가 존대말로 꼬박꼬박 긁어대는 게

재미의 한축이었는데... 여기에 익숙해져 있으니 다른 번역이 별로 와닿지 않고

추억 속 키트의 매력도 사라져 버렸던 일이 있다.

 이번 애장판도 이와 비슷하다.

 

-뭐, 이건 정답은 없는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원본에 가깝게 가는 게

왕도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나같은 과거의 아재들만 보고 이런 책을 팔기보단,

새로운 유입도 기대해야할 것이고...

 하지만 어찌 보면 무조건 원본대로 하라는, 심지어 애니메이션의 한국어 더빙도

넣지 말라는 일부 이상한 사람들의 영향력이 이런 곳에도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왜 철이야, 테츠로가 아니고!-이렇게 얘기할 사람들?

 암튼 뭐 정답은 없으니... 나로선 좀 아쉬울 따름이다.

 

 

-사실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도 요런 구판의 번역이 더 친숙하고

착착 다가오는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다.

 심지어, 혹성이란 표현조차 왠지 과거의 작품이란 걸 보여주는 거라

굳이 수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

 

 

-애장판은 보다시피 혹성도 행성으로 되어 있고... 꼬맹이인 주인공을

저렇게 자네...라고 불러 주고 있다. 

 아래쪽 엔딩 멘트를 보면 구판보다 단 나누기도 잘 되어 있어

보기에 더 좋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뭔가 위화감이 드는 구석이 많다.

 어디까지나, 과거 TV 더빙판의 추억이 있는 사람에게... ^^

 

-사실 과거 TV 더빙판이라고는 하지만...

내 추억의 더빙판은 90년 중반에 MBC에서 방송한 판본이 아니고

80년대에 MBC에서 방송한 판본이다.

 철이는 훨씬 더 꼬맹이 같고, 메텔은 더욱 어른스러웠던...

 90년대 MBC 더빙판은 좋아하는 성우들임에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구판의 번역이 이렇고...

 

 

-애장판의 번역은 이렇다.

 일본 원본을 본 일은 없지만... 아마 애장판의 번역이 원본을 그대로

옮겼을 것 같다.

 일부 케바케가 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두 판본의 번역은 기본은 같아도

체감은 굉장히 다르다.

 

 

-구판의 번역은 이렇고

 

 

-애장판의 번역은 이렇다.

 심지어 에피소드 제목조차 다른데...

 

-아마도 구판은 기존의 80년대판이든 90년대판이든 MBC 더빙판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애장판은 그냥 원문 옮기는 거에 주력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암튼 두 판본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도... 아무래도 내 취향은 구판 번역이 더 마음에 든다.

 원래 번역이란 게 직역도 중요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듯이...

 투명한 유리인간 클레어...가 난 더 좋다. 

 굳이 투명한 여자, 유리의 클레어...라는 표현보다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화...

 이 작품 자체가 원래 만화 연재가 끝나기 전에 TV판 애니메이션이 끝났고,

그 한참 전에 극장판이 개봉했던 만큼... 각 판본 별로 엔딩이 다 다르다.

 뭐, 기본적인 뼈대는 같아서 딱히 다른 엔딩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엔딩이라고 하기도 뭐한... ^^

 

-만화판 엔딩은 TV판이나 극장판 같은 화려함과 규모, 액션은 없지만

어떤 의미로는 가장 소름 끼치도록 그로테스크하고 공포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렇게 이번 발매된 은하철도999 애장판을 살펴 보았다.

 사실, 이 작품을 만화책으로 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선택권이란 없다.

 구판은 어지간히 잘 보관하고 있었어도 이미 일상 감상이 힘들 정도가

되었을 것이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보통일 것이고...

 만화책으로 보고 싶다면 이 애장판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뭐, 그렇다고 이 판본이 나쁜 판본이란 것도 아니다.

 디자인 이쁘고 보는데 과하지 않게 되어 있고...

 단지, 신규 유입의 경우라면 모르겠는데 나처럼 과거 80년부터의

MBC 더빙판으로 이 작품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기존에 별반 이질감이 없던 구판 만화책과 달리,

이번 애장판은 이질감이 많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