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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 어쩌구하는 거창한 수준이 아니라, 그냥 죽을 때까지...만이라도 취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베리알 2013. 10. 1. 11:01


  얼마 전에

인류의 기술과 문명의 발전에 대한 문득 잡설 - MBC 이브닝뉴스 130916 외

...라면서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잡설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하는 이야기는 그때 빼놓았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때는 거창하게(!) 인류의 문명이라던가, 어쩌면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의 이야기에

집중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런 눈으로 보이는 물건들의 문제를 넘어서 그런 그 내용물은

과연 어떨까. 이걸 거창하게 정보의 전달 어쩌구하는 얘기를 넘어서, 지금 내가 즐기는 취미 생활을

후대의 수준이 아닌, 내가 죽을 때까지만...이라도 즐길 수 있는 것일까.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동영상 얘기가 나온 김에, 별 의미 없이 끼워 넣는 요즘 내가 쓰는 동영상 플레이어 화면. ^^


-이 이야기는 사실 최근에 겪었던 아주 간단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옛날 옛날에 백업을 해 둔 동영상(!)들 중에서 찾아볼 게 있어서 뒤지고 확인하던 중,

그중의 일부 동영상은 재생이 제대로 안 되는 걸 확인했다.

 그게 뭐 대수냐고 하겠지만, PC에서 사용하는 각종 동영상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실제 플레이어들에서도 테스트해 보고선,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제대로 재생이 되는 경우는 동영상 플레이어 하나에 불과할 뿐, 나머지들은 재생에 이상이 있거나,

지원하지 않는 포맷이라고 나왔던 것.


-VHS니 LD니 하는 실제 물건의 차원은 이미 논외로 하고의 얘기인데...

(물론, 저런 물건들을 즐길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흐려진다는 건 분명하다)

 이건 그런 전용의 재생 장치가 필요한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 단순히 동영상 파일

또는 미디어 파일에 관한 이야기다.


-옛날 옛날에는 일반적으로 동영상이라하면 Video CD 즉, VCD라고 부르는 물건이 있었고

이는 통상 MPEG 포맷 즉 MPG 확장자를 가졌다.

 예전처럼 데이터 소통의 창구 자체가 좁았던 시절에는 이 MPEG 압축 알고리즘은 뛰어난 효용성이

있었지만(그림 파일의 대명사인 JPG도 이 계열 압축 방식...), 데이터 소통의 양 자체가 이미 개인의

기준으로 봐도 천문학적으로 달라진 지금에 와서는 이미지 파일에 있어서 JPG가 점차 외면받는 것처럼

MPEG도 지금에 와서까지 효용성이 있지는 않다.

 물론, 이 MPEG는 이후 MPEG2로 DVD를 담당하기도 했었고, 이는 블루레이로도 조금 이어지긴 했지만...


-동영상 자체가 지금처럼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그 옛날 옛날에는 애플의 퀵타임 포맷인 MOV,

그리고 MS에서 비디오 포 윈도우즈로 내놓은 포맷인 AVI, 한때 데이터 소통의 절대량이 아주 적었던

전화선 시절에 스트리밍을 구현했던 리얼오디오 계열 등등이면 일반적이었다.

 이때는 리얼오디오를 깔면 리얼오디오 포맷을 즐기고, 퀵타임을 깔면 MOV를,

윈도우즈 기본 재생기로 AVI를 즐기던 시절...

 이때만 해도, 그런 미디어들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그에 맞는 재생 프로그램만 있으면 그걸로 땡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기억으로 아마 SBS에서도 방송한 적이 있었던 쾌걸조로의 오프닝 영상이었을 것이다.

(PC통신 시절에는 전화선의 압박과 싸우며 오프닝 엔딩을 동영상으로 받아 보던 게 상식이던 시절!? ^^)

 분명히 AVI인데, 전화선으로 오랜 시간(=돈!!!!!!)을 들여 받았는데 재생이 안 되는 것이었다.

전화선 시절은 데이터 전송이 지금 정도로 안정적이던 때가 아닌지라, 혹시나해서

또 오랜 시간(=돈!!!!!! T T)을 들여 새로 받아 보았지만 역시 재상이 안 되었다.

 몇번을 되풀이(돈!!!!!! T T)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인디오 코덱이라는 놈을 따로 설치를 해야 재생이 되는 놈이란다.

 즉, 다시 말해서... 동영상에 맞는 코덱을 찾아 가며 설치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었다.


-이후, 이 코덱이란 놈은 말도 못 하게 늘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새로운 코덱을 깔아 줘야 하고, 또 버전업도 해줘야 했다.

 MP3도 나날이 코덱이 늘어났다.

 편의성이나 뭐 기타 다른 측면이 아니라, 이 늘어가는 코덱을 제대로 지원하는지 아닌지가

동영상이나 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유행 즈음에 초고속 인터넷의 시대가 열렸다. 동영상 파일의 용량은 나날이 늘어났고,

코덱 역시 나날이 늘어나고 버전업을 했다. 그러나, 인터넷 전용성 덕분에 이제는 그런 코덱 설치

작업은 그냥 플레이어 업데이트에 맡겨두면 그만, 때때로 드문 코덱을 찾아서 다운 받는 것도

이제는 전혀 부담이 없었다(전화선으로는 코덱 하나 다운 받는 것도 일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계속 새로운 동영상 포맷들이 등장해 왔다.

 아마, 전문 분야 종사자라고 해도 자기 일에 관련이 있거나 업계에서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정도를 제외한다면, 존재하는 모든 동영상 코덱과 버전을 인지한다는 건 불가능해진지 오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 그럼... 이 끝없는 동영상 포맷과 코덱들은

과연 언제까지 존재하고 지원이 될 것인가?


-내가 이번에 뒤지던 동영상은 불과 십년 조금 더 전의 물건으로, 이때 당시에는 따로 코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당시 유행하던 동영상 플레이어(그러고보니,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로

아무 문제 없이 재생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불과 십년 조금 더 지난 지금에 와선... 재생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재생에 있어서 에로사항이 눈에 띄게 생겨나 있는 것.

 앞으로 또 십x년이 더 지나면 아마 30년이 될텐데... 그때에는 과연 제대로 재생이 될까?


-컴퓨터의 발전...이랄까 변화랄까 하는 것도 무시할 수가 없다.

 예전 펜티엄에서 MMX의 등장, 이후 CPU의 발전에 따라 동영상 코덱에도 그걸 이용하기도 하고,

게임에선 이미 32비트 에뮬레이션, 16비트 에뮬레이션, DOS 에뮬레이션 등등 과거의 상황을

가상으로 돌려주는 프로그램이나 방법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수는 있다.

 (물론, 이런 방법들이 구동을 100%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시대의 패러다임이었던 방식들조차 지금에 와선 저렇게 흉내를 내고 있는 판인데...

동영상 포맷 자체도 아니고 일개 코덱들, 그것도 전문가들도 다 기억하지 못할 그 무수한 코덱들...

그런 코덱들에 대한 지원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과거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을 다시 깔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PC에 깔릴 수 있을까? 이미 윈도우95와 98 시절의 프로그램은 윈도우2000과

윈도우XP로 넘어 오면서 (별 문제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따로 버전업을 하지 않는한 인스톨조차

안 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리고, 32비트 윈도우와 64비트 윈도우의 차이는?

 비단 OS만의 영역 얘기는 아니다. 새로운 상위 운영 체계가 나오면, 하드웨어가 그걸 지원하는

드라이버를 내놓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듯이, 상위 운영 체계에서 과거의 하드웨어들을 제대로

다 지원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동영상 포맷, 다양한 코덱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1년 뒤, 10년 뒤에도 그중에서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녀석은 과연 얼마나 될까?


-VCD나 DVD, 블루레이(아, 블루레이는 지금도 업체의 이익만을 반영한 보안 시스템 덕분에,

재생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구낭. -.-;;;) 정도로 시대의 패러다임이라 할 만한 경우는

10년, 20년 정도는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내가 죽기 전까지만이라도

무사히 꾸준히 그걸 즐길 수 있을까? 왜인지 그런 의문에 대해선 점차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게다가, 미디어 재생 방법도 저런 디스크 방식이 앞으로 얼마나 버틸지도 모르는 세상이고,

업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저렇게 공인된 방식을 구현해내기보단,

그저 자기들이 정한 방식이나 환경에서 재생해야 하는 식으로,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보안 관련 설정에 비중을 두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블루레이 꼬라지만 봐도... --+)

 일반적인 동영상 포맷이나 코덱도 한치 앞을 보장할 수 없는 판에... 특정 업체(MS조차 50년 뒤에

지금처럼 존재할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80년대에 IBM이 지금처럼 될거라고 누가 상상을... -.-;;;)

만을 위한 사정까지 덧붙여지면, 정말 어찌 될런지...


-그리하여,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게 인류의 문명과 정보 전달 어쩌구 하는 게 아니라,

과연 내가 지금 즐기는 미디어들은 내가 죽기 전까지라도 즐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말이다.

 일정 시기마다 구세대 물건이 되는 컴과 프로그램들을 따로 보관이라도 해둬야 하는 건지... -.-;;;


-암튼, 새삼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때는 VHS를 DVD로 옮기는 작업을 PC로 하고 또 그런 사업도 좀 유행을 타고 그랬는데,

앞으로 더 시간이 지나면... 이제 옛날 DVD를 전용 변환 장치를 통해서 신형 저장 장치에 옮겨서

에뮬레이트로 돌려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오는 건 아닌지.

 좀 특이한 혹은 드문 포맷과 코덱과 동영상들은 내가 변환 작업을 할 수 있는 때에,

열심히 변환을 해서 그나마 대중적인 포맷으로 따로 보관을 해야 하는 것인지...

 죽기 전이 아니라, 당장 내일 모레라도 추억의 동영상을 꺼내 들었는데 어디서도 돌려볼 수 없다면...

굉장한 멘붕과 상실감,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열심히 취미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이 생활이 단순히 유지가 되고 아니고를 떠나서,

먼 훗날 추억을 꺼내본다는 심정으로 들춰본다는 자체가 가능이나 할지.

 돈과 여유가 있다면, 몇년 혹은 얼마의 기간마다 해당 시대의 컴퓨터나 각종 하드웨어,

그리고 OS와 재생 프로그램을 준비해 쌓아둬야 하는 건 아닌지... 새삼 여러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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