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엉뚱한 번역과 해적판에 대한 추억 - 베르세르크, 타이의 대모험

베리알 2009. 8. 13. 21:24

 

 

 만화도 애니도 언제부턴가 흥미를 잃고 상당히 뜸해 있지만,

예전에는 (게임과 함께) 꽤나 즐기던 때가 있었다.

 

 만화의 경우 지금은 라이센스판이 기본적으로 나오지만,

예전에는 해적판이 기본인 정도가 아니라,

인기 좀 있는 작품은 해적판만 여러 개,

일본의 연재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 해적판 주간 만화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고,

심해지면 책제목은 A만화의 최신판처럼 나오는데, 

내용은 A만화는 앞에 한회 정도 들어 있고 나머진 엉뚱한 만화들로 채운 경우도 많았다.

(뭐, 기억도 못할 정도로 별별 작품들이 별 의미 없이 지나갔지만,

그래도 그런 와중에 엘디가인 같은 작품을 만나기도 했었다)

 

 

 라이센스판 번역도 지적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듣보잡들이 만들어 내는 해적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일본을 한국으로 만들어야 하는건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인물들 이름이나 배경 단위 등등 온갖 것들이 엉망진창이었고,

이게 또 한 작품 안에서도 통일이 안 되어서 한국식 지명과 일본식 지명이 섞이거나,

돈 등 여러 단위가 혼용되기도 하고... 해적판이 여러개인 경우,

한 캐릭터 이름이 여러개가 되기도 했다.

북두의권 주인공 켄시로는 라이거도 되었다가 타이거도 되었고,

시티헌터의 주인공 사에바 료는 방의표도 되었다가 우수한도 되었다가...

 기모노는 화이트를 칠해서 한복으로 변신...

 여자 캐릭터의 살결이 좀 나온다 싶으면 시커먼 칠이나 그물망 처리...

(옷을 벗기니 속에서 또 옷이 나오는 상황!)

참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진정 미친 시대였다

(지금도 근본적으로는 뭐 크게 달라진건 아니지만...).

 

 

 그런 태생적인 한계를 차치하고 본다면,

 지금 라이센스판 번역에 비해서 해적판 번역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라이센스판 이상의 맛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해적판인지라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 엄청난 오류를 내기도 하고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클릭만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이 인터넷 시대에도 온갖 오류가 판을 칠 정도인 상황인데,

그때 같은 시절에는 제대로된 정보를 얻는다는건 무척 어려웠다.

그렇기에 낯선 단어나 익숙치 않은 고유 명사 같은 경우,

그야말로 뜬금없는 엉뚱한 단어로 대체되기 일쑤였다. ^^;;;)

 또는 유교위선국가 한국의 현실 앞에서 라이센스판도 막장 번역을 하기도 하는 일들이

계속 있었다.

 그중에는 뭐 원작 대사의 포스를 훨씬 뛰어 넘어 전설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白泉社에 있습니다 ]

 베르세르크의 초반의 한 장면인데...

 그야말로 전설의 장면에 전설의 대사!

만화를 뛰어 넘어 온갖 세상에서 사용되어 온 가히 전설의 대사다.

 그러나, 사실 그 정체는 땜빵!

 이 부분을 전후하여 원래의 뜻을 대폭 훼손하는 수정이 이루어졌고,

그러다 보니 뜬금없이 땜빵으로 나온게 저 등짝을 보자...이다.

 그러나, 그런 출신에도 불구, 이 대사는 전설이 되고 말았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유교위선국가 한국의 역사 페이지에 당당히 기록될 사례일 것이다.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드래곤 퀘스트라는 일본의 국민적 인기의(였던?) 게임의 세계관을 가져와,

소년지다운(진짜 소년지스러움의 전성시대였다) 스토리를 펼쳐 나갔던,

타이의 대모험...

 

 작품에서 용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벼락을 내리게 하는 공격 주문이 라이데인인데,

그 전격을 자신의 검에 담아 공격하는 기술도 있다.

 

 용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라이데인인데,

그 라이데인의 한단계 위 주문이 기가데인이다.

 (이것도 나름대로 그 시절의 로망이랄까?

 지금은 메가 단위나 기가 단위가 일상적인 단위일뿐이지만,

데이터를 담는 디스켓(이 말을 모르는 분들이 점점 많아질듯... ^^;;;)의 용량이

360kb나 1.44mb이던 시절에는 메가라는 말만으로도 최신 기술의 표현 같았고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를 보라! ^^ 한국판은 삼성 수퍼알라딘보이)

기가라는 말은 한때 손이 닿지 않는 수준의 먼 얘기였었다.

그 즈음 소년지들에선 메가나 기가를 붙인 기술들이 참 많았다)

 

 그 기가데인을 검에 담아 사용하는 기술이 바로 기가 브레이크!

 작품에서 주인공 타이의 아버이이자 전설의 용기사인 바란만이 사용하는 공격 기술이다.

 

 서두가 길었는데... 예전 타이의 대모험 해적판 중에선,

저 기술의 이름을 기갑 블랙이라고 한 경우가 있었다.

 어떻게 나온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번역자가 기술의 카타가나 표시에서 Giga Break라는걸 읽어내지 못 했기에,

되는대로 가져다 붙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아마 50음도도 제대로 읽지 못 하는 실력이었을듯 싶다.

 

 

 이외에도 무수한 기억과 사례들이 있었지만,

 추억의 저편에서 희미한 데다가, 눈에 보이는 물품이 남아 있질 않아서... -.-;;;

 

 암튼 예전의 무수한 해적판들의 엉망진창 이름(뭐, 라이센스판도

완벽하게 일본 이름을 옮겨 오게 된 것도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이나,

엉망진창 수정, 엉망진창 표기 등을 모아서 추억의 사례집...같은 걸 만들어 봤으면

꽤나 재미 있을 것 같다.

 

...버리지 말고 악착같이 좀 남겨 둘 걸... T T

 

 

 

 

 

 

 

 

(기가 브레이크로 포탈에서 검색을 해 보니,

타이의 대모험의 바란과 기가 브레이크가 나오는게 아니라,

다른 작품의 기술들에 대한 얘기만 줄줄 나왔다. 이것이 인생무상... T T)